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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황당한 전쟁들

by beisle79 2025. 2. 6.

역사를 살펴보면 전쟁은 대개 영토 확장, 자원 확보, 정치적 갈등 등의 이유로 발생했다. 하지만 때로는 너무나도 황당한 이유로 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글에서는 전쟁의 상식을 뒤엎는 세 가지 황당한 전쟁을 소개

역사 속 황당한 전쟁들
역사 속 황당한 전쟁들

인간 대 새! 호주의 에뮤 전쟁 (1932)

호주는 1차 세계대전 이후 귀환한 참전용사들에게 농경지를 제공하며 정착을 유도했다. 그러나 1929년 대공황과 함께 밀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부들은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적이 나타났으니, 바로 대형 조류 에뮤였다.

에뮤는 키가 2m에 달하는 거대한 새로, 호주 서부 지역에서 약 2만 마리가 농지로 몰려와 밀밭을 초토화했다. 이를 막기 위해 농부들은 호주 정부에 군대 파병을 요청했고, 정부는 1932년 11월 군인들과 기관총을 보내 에뮤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에뮤 전쟁은 예상과는 달리 새들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군인들은 루이스 기관총을 사용했으나, 에뮤들은 엄청난 속도로 도망쳤고, 집단으로 흩어지면서 총알을 피했다. 게다가 에뮤의 강한 생존력 덕분에 여러 발의 총탄을 맞고도 도망가는 경우가 많았다.

호주 군대는 1차 공격에서 2,500발 이상의 총알을 쏘았지만, 사살한 에뮤는 겨우 수십 마리에 불과했다. 이후 몇 차례의 작전을 더 수행했지만, 결국 12월 초 정부는 작전을 중단했다. 농부들은 결국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에뮤 전쟁은 공식적으로 호주 정부의 패배로 기록되었다. 이 사건은 군대가 자연과 싸워 패배한 희귀한 사례로 남아 있으며, 현재도 호주에서는 하나의 유머 같은 역사로 회자된다.

335년간 지속된 네덜란드-시칠리 전쟁 (1651~1986)

이 전쟁은 역사상 가장 길었던 전쟁 중 하나지만, 단 한 번의 전투도 벌어지지 않았다. 전쟁의 시작은 165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네덜란드는 잉글랜드 내전에서 크롬웰이 이끄는 공화파를 지지하고 있었고, 시칠리 제도의 작은 섬인 스킬리 제도는 왕당파의 최후 거점 중 하나였다. 네덜란드는 스킬리 제도를 봉쇄하며 전쟁을 선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왕당파가 항복하면서 네덜란드군은 철수했다.

문제는 네덜란드가 공식적으로 전쟁을 끝낸다는 평화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사실은 잊혀졌고, 무려 335년 동안 양측은 공식적으로 ‘전쟁 상태’였다. 이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적대 행위가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평화로운 전쟁’으로 불리기도 한다.
1986년, 역사가 로이 던컨이 이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스킬리 제도 당국은 네덜란드 대사에게 연락해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 대사는 직접 스킬리 제도를 방문해 공식적으로 전쟁이 종료되었음을 선언했다. 이로써 335년간 지속된 역사상 가장 긴 ‘전투 없는 전쟁’이 막을 내렸다.

양 때문에 벌어진 리잔 전쟁 (1370)

1370년, 프랑스와 잉글랜드 사이에서 벌어진 백년전쟁(1337~1453) 동안, 부르고뉴 지역의 작은 마을 리잔(Lijon)에서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마을 주민들은 평화롭게 생활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잉글랜드 군대가 리잔 지역을 지나가던 중 한 병사가 마을의 양 한 마리를 훔쳤다.

양 한 마리의 실종은 마을 주민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주민들은 자경단을 조직해 잉글랜드 군대를 급습했고, 뜻밖에도 작은 마을 주민들이 잉글랜드 병사 몇 명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 사건이 잉글랜드 측에 알려지면서, 잉글랜드군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리잔 마을을 공격했다. 이에 프랑스 군대가 개입하면서 양 한 마리로 시작된 싸움이 전쟁으로 확대되었다.

이 전투는 몇 주간 지속되었고, 결국 프랑스가 마을을 지켜냈다. 리잔 주민들은 이 전투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후로도 오랫동안 ‘양을 위해 싸운 전사들’로 불렸다. 오늘날에도 이 마을에서는 이 전투를 기념하는 축제가 열린다.

 

전쟁은 대개 국가의 생존과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벌어지지만, 때로는 이렇게 황당한 이유로도 시작될 수 있다. 새 한 마리에 의해 패배한 군대, 335년 동안 전투 없이 지속된 전쟁, 양 한 마리를 지키기 위해 벌어진 마을 싸움 등은 전쟁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들은 전쟁이 항상 합리적인 이유로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유머와 함께 전쟁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